[데일리즈 신원재 자유기고가]
<486 아날로그>는 한때 일없이 고민하던 시절, 노트에 긁적였던 흔적이다. 지난 시절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시대의 고민, 그리고 청춘이 바래져 가는 이 생각 저 생각을 또 한번 써 본다. 지금은 추억이 돼 버린, 앞으로 기억하고픈 고민들을 늘어놓고 독자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편집자 주>
텃새인지, 철새인지 모를
홍은천 오리들
그 주변으로
선거 유세장 풍경처럼 세(勢)를 몰아가는
비둘기들이 철새 떼 인양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로지 먹이 찾아, 종족 번식을 위해
머나먼 인생을 여행 길에 다 쏟아내는 철새들이
저들의 자리처럼 오가는 이 길을
비둘기는 해마다 개체를 늘리고
나는 걷고 있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것처럼
내가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이의
길이 되는 오늘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돌다리도 두드리지 않고 건넌다
처변 소리쟁이는
겨우내 묻어둔 뿌리의 힘으로 쑥쑥
넓은 잎을 끌어올리고 있는데…
애꿎은 철새 탓하며 비둘기만 뭐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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