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 아날로그>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한 기억과 지금의 일상들
[데일리즈 신원재 자유기고가]
<486 아날로그>는 한때 일없이 고민하던 시절, 노트에 긁적였던 흔적이다. 지난 시절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시대의 고민, 그리고 청춘이 바래져 가는 이 생각 저 생각을 또 한번 써 본다. 지금은 추억이 돼 버린, 앞으로 기억하고픈 고민들을 늘어놓고 독자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편집자 주>
버스 타고 가다 일부러 미리 내린
구기동 가는 길
비 올까봐 연무(軟霧) 미리 뿌린
그 길에 우산 하나 들고 나섰다
아직까지 그 골짜기를 옹기종기 메우고 있는
여울 소리 들려주는 그 길
기억속보다 훨씬 작아진 구기동 가는 길엔
친구네 집도 있고
가재 잡던 돌틈도 있고
내 어릴 적 숙제 같은 그림 일기장도 있다
안갯속에서도 헤매지 않고
눈 감아도 갈 수 있는 구기동 가는 길
오랜 친구를 보러 가는 구기동 가는 길
그래서 마음만은 더 가벼워진
구기동 가는 길.
詩를 읽으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번개란다. 비록 장소를 잘못 알아 구기동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내가 어릴 적 뛰어 놀던 그 곳으로 길을 잡게 됐다.
그때는 가재, 송사리들을 어렵지 않게 잡고 놀았다. 어느 날 도롱룡을 잡고 싶은 마음에 친구 따라 삼각산 중턱 일명 '외나무 다리'라는 곳까지 가서 신나게 놀았다.
하지만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늘 집 근처에서 놀던 아이가 없어지는 바람에 아버지는 일도 가시지 못하고 날 찾아 나섰다.
그 길로 '외나무 다리'까지 찾아오신 아버지는 꾸중 한마디 없이 데리고 내려오시면서 등산로 입구 가게에 다다르자 당시 함부로 먹을 수 없었던 흰 우유와 카스테라를 사주셨다.
오후 서너 시경까지 난 점심도 거르면서 신나게 놀았지만 아버지도 굶으셨던 듯…
그때 아버지와 서너 보쯤 뒤에서 빵과 우유를 먹으며 내려오던 그 구기동 길을 오늘은 다시 올라갔다.
다음 번엔 나도 우리 아이들과 한번 구기동 길을 지나 '외나무 다리'에 가서 도롱룡이 있나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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