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즈 신원재 자유기고가]
<486 아날로그>는 한때 일없이 고민하던 시절, 노트에 긁적였던 흔적이다. 지난 시절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시대의 고민, 그리고 청춘이 바래져 가는 이 생각 저 생각을 또 한번 써 본다. 지금은 추억이 돼 버린, 앞으로 기억하고픈 고민들을 늘어놓고 독자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편집자 주>
노인을 본 적이 있는가?
노인은 주름살 하나 하나에 미련이 새겨져있다
젊음에 대한 미련, 당신의 죄, 당신의 사랑 때문에
할매는 말년 병장 헤어스타일
할배는 시골 누렁소 뿔같이 굽고 두꺼워진 발톱
그리고 기형학적 무늬와 굴곡이 증명하듯
세월이 수놓은 손등
그리고, 그리고...
멀리 돌아온 길을 마냥 바라보는 눈동자
노인은 늘 무관심과 싸우고 있다
사랑은 무관심의 반대말이라는데...
사랑은 모자라고, 세월의 미련이 넘쳐 생긴 주름살들
내게도 노인이 되는 병은 온다
세월의 잔재와 전리품 같은
욕심과 시기, 나태 그리고 미움이 만든 병,
그러니 이제, 눈 밝고 귀 들릴 때 연습하자
성불(成佛)하는 고행, 천국 가는 기도처럼
늙어지면 못 노는 것처럼 젊었을 때 경험하자
난 늙으면 안 그럴 거라고
다짐하는 대신 노인을 보는 소중한 경험을 하자
시간이 흘러 내 인생의 늦은 오후는 어떨까?
내가 보고 있는 지금이 나에게는 늦은 오후일 게다.
詩를 읽으며…
‘노인을 본 적이 있냐’는 질문은 평균연령이 증가하는 요즘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하지만 노인을 ‘찬찬히 들여다 본 적이 있는가’라고 되물으면 답하기는 쉽지 않다.
부모조차 자주 들여다 보지 못하는 세상살이에 나조차 할 말이 없다. 아버지가 병원에 계실 때 유독 ‘노인네 고집’이라며 핀잔을 퍼부은 일이 떠오른다. 지금은 곁에 계시지도 않아 더욱 마음이 아리다.
최근 고독사에 대한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한 해 최대 1000여 명까지 고독사로 사망한다고 추정한다. 일본은 고독사한 노인의 물품을 정리해 주는 신종 직업까지 생겼다고 한다.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200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사회문제일 수밖에 없다. 한 사회학자는 “고독사의 원인을 ‘빈곤’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정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느 광고 카피처럼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보일러라도 놔 드리는 것도 좋지만 전화해서 목소리라도 전해드리는 자식들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