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의 미술단상]'피에터 브뢰겔'
[이수진 의 미술단상]'피에터 브뢰겔'
  • 이수진 교수
  • 승인 2019.07.2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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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이수진 교수]

피에터 브뢰겔(Pieter Brueghel de Oude, 1525-1569)

신기하게도 나는 피에터 브뢰겔(Pieter Brueghel de Oude, 1525-1569)의 그림을 처음 보았던 때(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부터 그의 장르(genre)화에 즉각적인 관심이 생겼고 지금까지도 애호하는 화가의 한 사람으로 남아 있다.

16세기 스페인 지배 하의 네덜란드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대를 살았던 그는, 그래서 오히려 농민들의 생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시대의 아픔을 표현하려 했던 예술가였다. 그의 그림 소재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농부들의 생활상은 당대 민중의 삶이 곧 대다수 인간의 삶이며, 계급적 질서가 만들어내는 온갖 모순과 불평등을 넘어설 수 있는 원동력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브뢰겔이 농민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려 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나는 그의 그림에서 어리석음보다는 솔직한 유쾌함과 삶의 활력을 본다. 모순이 많은 시대일수록 그것으로부터 비켜설 필요도 있는 것이다.

농부의 결혼식을 그린 장면에서 볼 수 있는 흥겨움과 공동체의 나눔, 그리고 나날의 노동에서 해방되어 먹고 마시며 즐기는 그 시공간의 자유가 진정한 인간의 평등이 아닐까? 브뢰겔은 그림은 등장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고 몸동작이나 손 짓 등에 주목해야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만큼 민속학이나 인류학 또는 역사학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오욕칠정이 수없이 얽혀 있는 인물과 인물 사이를 거니노라면, 역사와 인종을 뛰어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 감정에 친숙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브뢰겔의 그림을 보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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