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즈 최미경 기자]
사회가 '복잡다단'해질수록 이슈와 이슈는 충돌한다. 같은 언론의 지평에서도 당연히 갑론을박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부딪치는 이슈와 사실들을 [팩트 對 팩트]에서 다시 한번 점검한다. <편집자주>
대학 입학 등록금 입금 마감날 ATM기에서 우체국직원에게 대학등록금 이체를 부탁했다가 '지연이체제도'로 인해 입학금 이체가 되지 않아 고3 입시생 A씨(이하 학생)의 연세대학교 입학이 결국 취소 되는 사건이 발생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에 우체국, 연세대학교, 학생 측 '누구의 책임이냐', '학생을 구명해야 한다' 등 관련된 갑론을박으로 인터넷이 뜨거웠던 중, 15일 불합격처리 된 학생은 '재수를 결정했다'고 밝혀 사건은 일단락 됐다.
지난 1일 학생의 어머니와 친분이 있었던 우체국 직원은 어머니의 부탁으로 오전 10시 20분경 ATM기계에서 연세대학교 등록금을 이체 실행했다. 우체국 직원과 어머니는 이체가 당연히 실행 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등록금 이체는 되지 않았고, 1일 오후 2시쯤 연세대학교 측에서는 학생에게 등록금 미납여부를 알렸다.
이에 학생은 우체국 직원에게 이체여부를 다시 확인했고, 역시 이체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이날 저녁 7시 연세대학교 측에서는 학생에게 최종적으로 등록금미납 여부를 통보했다.
이후 밝혀진 등록금 미이체 원인은 보이스피싱을 방지하기 위해 2012년부터 시행되오던 '지연이체제도'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ATM기계에서 이체 실행이 되지 않은 것을 우체국 직원은 왜 몰랐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우정본부 관계자는 "이체를 실행할때 지연이체가 되면 ATM기계에서 경고창이 뜬다"며 "우체국 직원의 부주의로 경고메세지를 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럼 통장에서 지연이체는 왜 발생한 걸까? 이는 학생의 어머니가 누군가로부터 등록금을 1일 오전 10시 5분경 통장으로 송금받았기 때문이다.
지연이체제도는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2012년 100만 원 이상을 계좌로 보내면 10분 동안 돈을 인출할 수 없도록 한 제도로 2015년부터 제한 시간이 30분으로 늘어났다. 따라서 10시 5분에서 35분 사이에는 학생 어머니의 통장에서 등록금 이체를 실행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학생은 '지연인출제도'에 의한 미입금을 '우체국 전산오류'로 잘못 알고 청와대 국민청원과 연세대 대나무숲에 억울한 입학 취소 사연을 올려서 대중에게 알려진 것이다. 현재 국민청원은 삭제 된 상태다.

또한 일각의 보도와 같이 우체국 측이 학생의 청와대청원 내용을 놓고 우체국 전산오류로 발생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학생을 고소할 예정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닌것으로 확인됐다.
연세대학교 측은 "전산 오류라면 당연히 구제 가능하기 때문에 학교 측도 내용을 확인하고, 학생을 합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12일까지 백방으로 노력했다"며 "안타깝지만 등록금 입금내역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책임은 학생에게 있어 원칙적인 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학생에 대해서는 "매우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의 내용을 확인해 볼때 이번 사건은 여러가지의 사항이 공교롭게 얽혀서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학생 어머니의 부탁을 받은 우체국 직원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고객에게 선의의 도움을 베풀었다가 '확인 부주의'로 곤란에 처해 안타깝다는 의견이다.
연세대학교 측은 정확한 미납고지를 통해 원칙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1일부터 설 연휴가 끝난 12일까지도 학생의 구명을 위해 우체국 전산오류인지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후 학생을 불합격 처리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이럴때만 원칙을 내세운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많은 네티즌들은 무엇보다도 지난 12년간의 피땀 흘린 노력으로 이룩한 소위 SKY대학의 입학을 취소 당한 학생이야말로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라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15일 학생은 담임선생님의 메세지를 빌어 "등록금 입금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은 나의 과실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일이 더 커져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며 "다시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에 가겠다"는 의연함을 보여 논란을 잠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