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즈 강수연 기자]
현대산업개발(HDCㆍ회장 정몽규, 이하 현산)이 지난 2008년 경남 거제시에 약속했던 '70억 사회공헌사업'을 수년째 불이행 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공소시효 만료를 2년여 앞둔 지난 6월, 거제지역 시민사회 노동단체들은 관련자들을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정몽규 현산 회장과 박찬민 대표이사를 비롯해 권민호 전 거제시장과 1차 고발수사 당시 부장검사였던 구승모 (현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안양지청 부장검사가 해당된다.
70억 사회공언사업 약속 지키자니 '뇌물죄'...양 날의 검
약속 10여 년 후 '나몰라라'...분노한 거제시민들의 2차 고발
사건의 발단은 2008년 거제시가 현산에 발주한 160억 규모의 장승포 하수관 정비사업이다. 당시 현산은 거제시 내 총 5개 지구의 전체 총 사업량 길이 6.2km 중 800m 부분만 시공했다.
하지만 나머지 5.4km는 시공하지 않았음에도 시공한 것처럼 속였고 감리원 조서 등 서류까지 허위로 부풀려 작성해 공사대금을 청구해 총 44억7300만 원의 공사대금을 부당하게 지급 받았다.
비리가 발각된 현산은 당시 현장소장 등 직원 10여 명의 사법처리를 비롯 입찰참여제한 5개월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현산은 이에 불복했고 재소송을 벌였다.
최종선고를 앞두고 거제시에 유리하게 상황이 흘러가자 다급해진 현산은 당시 거제시에 70억 상당의 사회공헌사업(고발장에 따르면 53억 원 상당의 사업지원과 2년 이내 17억 원의 기부금 출연의 제안서를 제출했다)을 약속하고 입찰참여제한 감경처분요청서를 제출했다.
거제시는 이를 받아들이고, 입찰참여제한 기간을 1개월로 감경해줬다. 업계는 당시 현산이 감경으로 면한 영업손실만 약 1조2000억 원이라고 추산했다.

지난 6월,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원종태 공동의장, 박기련 좋은벗 대표, 김동성 하청노조 지회장은 고발인 대표를 맡아 2차 고발을 진행했다.
이들은 회장과 대표에 '뇌물공여약속죄', 전 시장은 현산이 제안한 70억 상당의 사업제안을 수용한 '뇌물죄'와 추가로 해당 사안을 시장 선결사항으로 처리해 의미없는 회계과가 일을 처리하게 했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회죄'를 주장했다.
또한 당시 이 사건을 맡은 검사는 당시 박근혜 정권의 눈치를 보며 '권력형 무혐의 처리'를 했다며 '직무유기죄'로 추가 고발했다.
4일 '데일리즈'는 고발인 대표를 맡은 원종태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의 공동의장의 입장을 들어봤다. 다음은 통화 내용이다.
Q. 현재 고발의 진행 상황은?
A. "벌써 고발한지 5개월이 지났다. 지난 10월 고발접수 4개월만에 첫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박기련 대표가 참석했고 검찰에서 이 사건의 특징을 '사회공헌으로 포장한 공공연한 뇌물거래'이자 '꼼수를 넘어 불법으로 치닫은 신종뇌물범죄'라고 경감처분의 위법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Q. 뇌물죄로 권민호 전 거제시장을 고발했다. 뇌물이 아닌 '거제시를 위한 공익사업' 이라고 생각 되진 않는지?
A. "피고발인들은 공익사업이라고 주장한다. 1차 고발 때도 공익사업이라고 인정되어 무혐의 판결이 이루어진거다. 하지만 이건 공익이 아니다. 공익으로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당장 해줘야하는데 여전히 뇌물죄가 성립될까 두려워 미루고 있다는 자체가 본인들도 뇌물죄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Q. 그럼 현산이 거제시 전체를 돈으로 기만했다고 보는지?
A. "그렇다. 우리들은 십여년 전 제안을 수용했을 당시부터 거제시의 정의가 죽었다고 생각해 상막(喪幕)까지 쳐가며 반대하는 시위를 계속 했다. 하지만 결국 시장이 독단적으로 직권남용하며 일을 처리해 이같은 우스운 결과가 초래됐다고 보는 것이다. 때문에 더 이상 거제시를 믿을 수 없고 시민단체가 나서서 정의를 바로세워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Q. 피고발인 중 구승모 검사는 '직무유기죄'로 고발했다. 어떤 점이 검사로서 직무유기로 보여지는지?
A. "우리가 지금 1차 고발과 동일한 논리 선상에서 2차 고발한 것도 당시 수사 내용을 제대로 믿지 못해서다. 박근혜 정권 때였는데 사법 농단으로 문제가 되고 있었을때다. 그때 검사 한두 명이 장난치는 건 일도 아니었다고 본다. 판결 하나로도 권력이 좌지우지 하는 마당이었으니 현산이라는 큰 권력앞에 무혐의 처분은 당연하다고 보고 의혹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구승모 검사는 현재 국제형사과 부장이 됐다. 그 때문인지 우리 사건은 처음 형사과에서 기업조사부, 그 후 다시 형사과로 이관 된 상태다.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현산이라는 권력앞에 검사들이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Q. 판결에서 승소한다면 거제시민의 입장에서 당시 경감해줬던 4개월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처리 받고 싶은지? 당시 현산이 경감으로 얻은 이익은 약 1조 원이라고 환산된다.
A. "우리가 따로 바라는 보상은 없다. 오로지 판결 승소로 피고발인들이 사법처리를 받는 것.그리고 법과 거제시민의 정의 구현 뿐이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A. "이 사건은 현재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으로 이관돼있다. 우리는 지금 배정된 검사를 믿고 있다. 원칙적으로 모든일이 진행될 거라는 검찰청의 입장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엔 다르다'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 수사에 최대한 협조 할 예정이다. 우리의 입장은 명확하게 불법사건이라는 것이다. 이번에도 패소할 경우 재소할 의지도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정의를 실현해보이겠다."
이들의 의지는 매우 분명하고 강경했다. 이에 현산 측도 할 말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하지만 현산 측의 입장은 간단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데일리즈'와의 통화에서 "거제시와 지속적으로 이 사업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면 좋을지 조율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처음부터 '뇌물죄'를 운운했다"며 "이렇게 고발이 된 마당에 이도저도 못한다. 우리도 입장이 난감 한 상태다.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아무것도 진행 할 수 없고, 입장 발표도 조심스럽다"라고 말했다.

현산, 도대체 언제까지 조율만...정말 결과를 볼 마음은 있을까?
결국 '70억 사회공헌사업' 약속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나 '뇌물죄'라는 시민단체의 주장 때문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시민단체는 '뇌물'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사업이행'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산은 '뇌물'로 보일까봐 "사업이행을 못 하겠다"라는 입장을 거제시 시민단체들은 이해를 못하고 있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런 사건이 비일비재로 발생하는 현산은 해결할 의사가 없어보인다. 어차피 현산은 본인들이 이길 싸움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을 것"이라며 "현산의 주특기 '시간끌기' 작전이 또 나왔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