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즈 김기수 교수]
매년 10월은 해마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다고 하는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달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 발명으로 유명한 스웨덴 출신의 화학자이자 발명가, 사업가였던 알프레드 노벨(Alfred B. Nobel, 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인류의 복지 증진과 문명 발달에 크게 기여한 개인(평화상은 단체도 가능)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노벨의 유언에 의해 제정된 문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평화상에 더해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이 제정한 ‘노벨 기념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이 경제학 부문의 노벨상으로 취급되어 현재는 6개 분야에 대해 수여하는 상으로 이해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다른 분야의 상은 노벨의 고국인 스웨덴에서 심사 및 시상하는데 반해 평화상만은 노르웨이에서 관장한다는 것이다. 노벨이 유언에 그 장소만 노르웨이로 특정했을 뿐, 그 이유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기에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노벨의 유언 작성 당시(1895년)의 상황을 통해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기는 하다. 두 나라는 1814년부터 연합왕국을 이루고 있었다. 표면상으로는 동등한 권리와 주권을 가진 두 나라의 연합이긴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스웨덴 왕이 노르웨이 왕을 겸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르웨이에서는 연합으로부터의 분리와 독립을 원하는 목소리가 계속되었던 것이다.
급기야 1890년대에 들어서는 무력충돌을 배제할 수 없는 험악한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유언 작성 당시 이런 상황을 목도하면서 노벨은 좁게는 노르웨이의 안녕, 보다 넓게는 연합왕국의 평화를 바랐고,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평화상은 노르웨이에서 관장하도록 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해본다.
노벨 평화상은 명확하게 국가 간 우호 증진, 군비축소, 평화 증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규정된다. 다만 평화라는 개념 자체가 워낙에 정치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논란이 많은 노벨상 중에서도 가장 뒷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상이기도 하다.
특히나 내막이 좀 있기는 해도 여하간 간디는 받지 못하고 히틀러가 노벨 평화상 후보자였던 일들, 대통령에 취임 후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오바마를 수상자로 결정한 일들이 눈에 띤다. 하긴 전두환 전 대통령도 후보였던 적도 있으니...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으로 노벨 평화상은 인류애와 평화에 관한 최고의 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10월 이 노벨 평화상에 대한 관심이 우리나라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른바 있다. 최근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과정이 노벨 평화상 자격에 최적 아니겠는가 하는 여론이 반영된 것이었으리라.


하지만 결과는 모두 아는 바와 같이 콩고 민주공화국 출신의 드니 무퀘게와 이라크 내 소수민족 출신의 나디아 무라드가 공동 수상자로 발표되었다. 두 사람 모두 여성 대상의 전시 성범죄에 대한 저항과 치료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다소 아쉽게 여겨지는 부분도 있겠으나, 세계적으로는 두 사람의 수상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노벨상 수상자에 대한 공식적인 이의제기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내용상의 아쉬움과는 별도로 절차 부분에서 다소간의 오해가 있었다는 점도 살필 수 있겠다. 스웨덴의 노벨재단이나 노벨 평화상을 주관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후보자 추천은 해당 수상연도의 2월말에 마감된다.
이때부터 심사를 진행하여 10월에 수상자를 발표하는 것이니, 4월 이후 본격화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구축 노력은 올해 심사결과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해 볼 수 있겠다.
다만 그런 이유로 올해의 노력이 오히려 내년도 후보자 심사와 수상자 결정에는 중요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노벨 평화상으로 연결된다면야 더 좋겠으나 그와 관계없이도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찾는 과정에서 되새겨 본다.
이 즈음에 “우리는 평화를 찾을 것이다”(안톤 체호프)는 말이 떠오른다.
필자 : 김기수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