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즈 김영주 자유기고가]
서울 근교부터 전국에는 다양한 박물관이 있다. 그 박물관을 다 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직접 발 길을 떼고, 눈으로 보는 박물관이 더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좋은 박물관과 알찬 전시 내용을 먼저 소개하는 코너를 갖는다 <편집자 주>

지도는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 맞다. 지도는 지표위에 분포한 수많은 정보들의 모임이니까 ‘읽는 것’이 맞는데 이미 구글이나 네비게이션에 너무 익숙해진 요즘 ‘읽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수원 광교에 있는 국토교통부 국립지리원 안에 있는 ‘지도박물관’이다. 국립지리원 입구로 들어가서 안으로 가면 가장 안쪽에 지도박물관이 있는데 밖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서 다들 잘 모른다. 위치도 가장 안쪽이다. 입구에서 머뭇거리니까 직원이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알려준다^^;
일단 들어가다보니 야트막한 동산 위에 우리나라 지도 하면 떠오르는 ‘대동여지도’의 주인공 고산자 김정호의 동상이 있다. 혼자서 백두산을 여덟 번 오르고 전국일주를 세 번이나 하면서 ‘대동여지도’라는 역대급 작품을 완성했다는....물론 아니다~. 김정호가 무슨 허영호 대장도 아니고 당시 교통망과 여러가지 조건으로 볼때 그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김정호의 옥사와 목판 압수 및 소각설은 거짓이다. 일본이 우리 역사와 문화를 깎아내리기 위해 조작했던 것이 그대로 전해졌고 한때는 교과서까지 실렸다. 나도 그렇게 쓴 전기를 읽고 자랐으니...
1995년 국립박물관 수장고에서 대동여지도 목판본이 온전한 상태로 발견됨으로써 완전히 깨져버린 거짓 전설. 교과서에서는 빠졌지만 아직도 그걸 믿는 사람들이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건 일제시대에 일본이 퍼뜨린 그야말로 ‘소설’이다. 조선과 우리나라의 문화를 깎아내려서 저들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침략정책의 하나였다.
김정호가 역적으로 몰려 옥사했다면 그를 후원한 후원자들도 연좌되어 처벌받아야 했다. 김정호가 만든 다른 지도나 책들도 다 불태워졌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일제가 자행한 문화침략과 역사왜곡의 수많은 예들 중 하나이다. 당연히 김정호의 옥사설 등 일본에 의해 왜곡된 역사는 바로 잡아야 한다.
동상 앞에는 ‘대한민국 경위도원점’표가 있다. 우리나라 지도제작의 기준점.... 주변은 새로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는 신도시지만 박물관 주변은 아주 조용하고 고즈넉하다. 지도박물관 입구에 가면 쉼터가 있는데 이름조차 ‘고산자...’ 그 앞에 우리나라 GIS의 상징이 있다.
GIS(지리정보체계 :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s)는 지리정보시스템을 말하는데 이것은 지도를 포함한 지리정보를 활용한 종합정보시스템으로 GPS보다 훨씬 상위개념이다. GPS는 위치정보에 한정된 개념이지만 GIS는 위치를 포함한(지하까지도) 지리정보를 취합해서 활용하는 것이다. 굉장히 유용한 시스템인데 이것도 결국 지리정보의 총합체인 지도의 최고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도 중요한 지도들은 기밀사항으로 취급되고 있지만 예전으로 갈수록 지도가 가진 의미는 지도가 나타내는 영역, 그 자체였다. 항복할 때 패한 지역의 지도자가 지도를 바치는 것은 그래서이다. 그 행위는 해당 지역 또는 나라를 완전히 바치고 모든 것을 맡긴다는 상징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들어서면 ‘대동여지도’가 실물크기로 걸려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평양을 방문했을 때 문 대통령은 가로 420cm, 세로 930cm 크기의 대동여지도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했던 지도와 동일하다. 22책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고 번영과 평화를 이루자는 의미가 담겼다.
진행방향에 따라서 들어가면 우리나라 지도와 외국지도가 시대별, 주제별로 전시되어 있다 물론 실물은 아니고 복사본이지만 아주 정교하다. 우리나라지도의 역사는 삼국시대부터지만 기록은 있어도 실물이 남아있지 않다.

‘혼일강리국도지도’같은 관념도를 보고 우리나라 지도 제작수준을 섣불리 짐작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건 제작시기인 조선 태종때 살던 사람들의 생각 순위를 나타낸 것일 뿐이다.
‘대동여지도’같은 수준 높은 지도가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음을 알아야 한다. 대동여지도는 삼국시대이래로 쌓여온 우리나라 지도제작의 결정체인 것이다. 전시된 우리나라 지도들을 보면 전통시대에도 필요에 따라 다양한 지도를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우리나라 지도의 수준과 제작기법, 종류 등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지도의 역사에 대해 너무 모르는 점이 많았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주목해보야야 할 것은 서양 고지도들이다. 가끔 교과서에서나 보던 몇 가지 외에도 아주 다양한 지도들이 전시되어 있다. 현재 발견된 것으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도인 점토판에 새겨진 바빌로니아 지도가 포함된 서양 고지도들은 흔히 보기 어려운 것이다. 저런 것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해서 눈이 즐겁다. 서랍식으로 되어있어 일일이 빼서 보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긴 하다.
안쪽에는 시기에 따라 특별전이 열리는 공간이 있다. 현재는 동해와 독도에 관한 지리정보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동해에 관한 아주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흔히 보기 어려운 자료들이 많다. 그 다음에는 예전에 사용하던 지도제작 도구와 함께 제작방법들이 전시된 공간이 있다.
지금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컴퓨터로 처리되는 지금 보면 답답할 정도로 무겁고 둔해 보이지만 그런 과정들을 거쳤기에 지금 우리가 첨단기술로 만들어진 지리정보를 접하고 있는 것임을 실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관 마지막에는 아기자기하게 전세계에서 만들어진 지구본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부분이다.

마지막에는 결국 다시 '대동여지도'로 돌아 나온다.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인공위성으로 찍은 자료사진과 비교해 보아도 오차가 거의 없이 제작된 조선 지도제작의 최고 결정체. 여기서 보아야 하는 것은 ‘대동여지도’ 자체의 우수함과 함께 그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조선 문화의 저력이다.
이젠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독도법같은 것은 그게 뭐였나 싶을 정도가 되었다. “사회과부도에 나온 지도를 좀 찾아보자~ 지도 읽는 법은 알아야지” 이러면 학생들의 반응은 “네이버 지도 찾으면 되쟎아요!”, “아직도 앱 안 깔으셨나봐요!.....”

지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날로그판 USB나 타임캡슐 같은 존재이다. 지리정보만 포함한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사람들이 세계를 어떻게 보았는지, 어떤 점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시대상까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혼리강리역대국도지도’도 그렇고 서양의 TO지도 또한 그렇다. 그러기에 특히 아이들과 함께 가서 본다면 얘깃거리가 참 많다. TO지도 하나만 갖고도 서양 중세를 풀어낼 키워드가 될 수 있다.
단체예약을 하면 해설도 해 준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한 학습지도 있다. 규모가 작아 학예사같은 전문해설자가 상주해있지 않고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 휴식공간이 부족한 점도 아쉬움에 하나 더한다. 산책삼아 가족끼리 오면 좋겠다.
■ 위치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월드컵길 587(원천동 111) 전화는 031) 210-2667
■ 관람 -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1회당 100명씩 3회)까지이며, 설연휴와 추석연휴는 휴관이다.
■ 박물관 찾아가는 길
- 자가용이라면 국립지리원을 찍고 오면 된다. 잘 모르겠다면 원천동성당이라고 쓰인 종탑을 보고 가도 된다. 바로 그 앞이다.
- 대중교통으로는 분당선 청명역 3번 출구로 나와 남부경찰서, 매원초교, 성일아파트 가는 버스(66, 37, 66-4 등)를 타고 경찰서건너편에 내려서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길 끝에 있다.
필자 : 김영주 - 한국사 전공. 문학석사. 현재 사회탐구 전문강사 및 서현초ㆍ양영초 방과후학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