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즈 홍세아 위원]

아무리 걸어도 문을 연 식당이 없다. 이미 오후 3시가 지났지만, 한 끼도 먹지 못했다.
음료수라도 한 잔 사먹고 싶지만, 슈퍼마켓 안에서만 먹을 수 있단다.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게 금지돼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음료수 한잔이 밥 한 끼 가격과 맞먹는다. 아, 물론 밥 한 끼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배~3배 정도?
그럼에도 식당만 찾을 수 있다면, 게걸스럽게 먹어치울 수 있을 듯하다.
세상 천지 이런 곳이 있을까. 도시 한복판의 식당 문이 모두 닫혀있다니... 인구 50명 안팎의 깡촌도 이렇지는 않을 거다.

오후 7시. 저녁시간이 다 돼서야 식당들이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식당을 발견하자마자 안으로 들어갔다. 음식을 주문하자 어이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주문을 할 수는 있지만 종이 치기 전까지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알고보니 ‘라마단’ 때문이란다.
나는 이슬람이 아니라고 했지만 라마단 기간 동안에는 무슬림을 존중하기 위해 밖에서는 밥을 먹는 것도, 음료수를 마시는 것도, 담배를 피우는 일도 모두 금지돼 있다고 했다.
아... 그래서 먹는 것이 금지된 시간 동안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았던 거구나. 문을 열어 놓은 곳들은 어마어마한 가격을 제시한 거였구나.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튀니지 여행기간은 라마단의 중간과 겹쳤다.
무슬림들은 가장 덥다고 여겨지는 한 달을 ‘라마단’ 기간으로 정하고,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한다. 음식은 물론 물도 한 잔 허용되지 않는다. 아픈 사람이나 임산부, 여행자 등은 예외다. 이들은 빠진 단식 일수만큼 그 해 안에 단식하면 된다.
먹는 것 이외에도 모든 쾌락으로 부터 멀어지고, 하루 다섯 번 기도한다.
라마단 기간 중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하고, 공부를 하는 등 평소와 같은 생활을 유지한다.
라마단 기간 동안 튀니지를 여행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제대로 먹을 수도 없고, 여행 비용도 증가했다. 다만, 라마단이라는 새로운 문물을 마주하기에 더 없이 좋았다.
7시경, 사람들이 줄지어 음식을 주문했다. 포장해 집으로 가져가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에는 음식을 만드는 것도 힘이 들기 때문에 외식이 증가한단다. 고픈 배를 움켜잡고 요리해야 하는 여성들을 배려해서다.

7시 30분경, 종이 울리자 식당 안의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숟가락을 들었다. 일부 상점에서는 절을 하는 사람들을 마주했고, 또 다른 상점의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식당에서는 거리의 생활자들을 위해 음식을 내어주었다. 아주 깨끗하게, 상까지 차려서 말이다.
튀니지에서 만난 친구는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른 것을 체험해봤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며 “이 기간 동안에는 음식이든 돈이든 나누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라마단 기간 중에 매일 30명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준다면 단식을 면제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내가 튀니지에서 마주한 라마단은 오히려 축제같았다. 밥을 먹을 수 있는 7시 반이 지나면, 메디나(시내)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차를 마시고, 커피를 즐기고, 일부는 ‘시샤(아랍인들이 즐기는 물담배)’를 하며 밤을 보낸다. 다시 쾌락이 금지되는 새벽까지, 불태우겠다는 의지일까.
메디나 한복판, 일부 테이블에는 여성들만 모여 있었다. 심지어 히잡도 두르지 않았다. 보수적인 아랍국가에서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궁금했다.

튀니지에서 만난 알제리인 친구는 “튀니지는 다른 아랍국가에 비해 여성 인권이 높은 편”이라며 “오히려 남편들에게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방해하지 말고 나가라고 내쫓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거지 등 집안일을 마치고 나면 여성들이 밖으로 나오는 시간”이라며 “저녁 먹는 시간에는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10시가 지나면 여성들이 많아지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