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즈 홍세아 위원] 스물아홉. 20대 마지막 한 해를 남겨두고 회사생활에 지친 나에게 힐링타임을 제공하고, 세상와 함께 숨 쉬는 기회를 갖기로 했다. 지중해 몰타와 흑해 연안 조지아를 거쳐 세번째로 북아프리카 모로코 여정을 공유한다. <편집자 주>

# 뿔을 달고 태어나, 뿔 없이 살다, 뿔을 갖고 죽는 것은?
갑자기 뜬금 없이 웬 수수께끼냐고? 고요한 사하라에서 스마트폰 없이 하룻밤을 지새우기 위해 우리는 놀이가 필요했다.
현명한 베르베르인들은 우리의 두뇌를 움직여 줄 퀴즈를 준비했고 프랑스, 독일, 리투아니아, 아르헨티나 그리고 한국, 각국 대표 선수들은 저마다 민족의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한 정답 찾기에 해 뜨는 줄 몰랐다.
이 외에도 베르베르인들의 전통 음악 감상, 전통 악기 연주, 댄스 파티, 박하잎을 넣은 티 타임 등이 사막 체험객들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사하라의 밤은 일찍 찾아온다. 사막에서의 하룻밤이 아쉬워 잠들고 싶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일찍 잠에 들었다가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에 기상한다. 이 시간대에 별이 가장 선명하게,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사막에서 100m, 200m 앞은 암흑이다. 새벽에 일어나 베르베르인 주인장을 깨워 불빛이 없는 곳으로 조금만 인도해달라고 했다. 베이스캠프의 조명 탓에 별 보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우리는 각자 담요만 하나씩 챙겨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별은 더 영롱하게 빛났다. 숨어있던 별들이 하나씩 고개를 내밀더니, 이내 친구들까지 불러내기 시작했다. 오늘도 새로운 손님이 왔다며 나와서 인사라도 하라는 듯. 오히려 지구별의 인간들의 다양한 생김새를 구경이라도 하려는 듯...
나는 어둠을 찾아 들어갔다가 은하수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에 매료됐다.
그렇게 말 없이 은하수를 덮고 누웠다.
매일 보는 풍경이, 그리고 관광객들의 표정이 익숙한지. 베르베르인 주인장은 모래 위에서 잠을 청했다. 그러다 베르베르인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그렇듯 우리도 베르베르인과 아랍 사람들 사이의 차이점이 궁금했다.
베르베르인은 모로코 뿐 아니라, 알제리, 튀니지 등 아프리카 북부에 거주한다, 정확히는 사하라 사막 인근이다.

베르베르인들 국기도 따로 있다.
가장 위의 파랑색은 지중해를 뜻하고, 그 아래 초록색은 땅, 잔디를 의미한다. 가장 아래 노란색이 바로 사하라다. 가운데 무늬는 자유를 상징한다.
모로코는 한 때 프랑스로의 지배를 받았다. 식민지 끝자락, 베르베르인들은 아랍인들을 도와 함께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이들은 서로를 ‘형제’라고 칭한다.
사막을 터전으로 사는 베르베르인들은 모로코 사람들과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 다만 유일신 알라를 믿는 것만큼은 아랍인들과 같다.

그렇게 베르베르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별들이 사라지고 주변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능선에 올라 일출을 보고 작별을 고했다.
아차차... 앞선 퀴즈의 정답은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