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즈 홍세아 위원] 스물아홉. 20대 마지막 한 해를 남겨두고 회사생활에 지친 나에게 힐링타임을 제공하고, 세상와 함께 숨 쉬는 기회를 갖기로 했다. 지중해 몰타와 흑해 연안 조지아를 거쳐 세번째로 북아프리카 모로코 여정을 공유한다. <편집자 주>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스치자, 잠에서 깼다. 지나가는 개미도 발소리를 숨길 수 없을 만큼 주변이 고요하다. 마치 진공상태의 우주에 놓여있는 기분이다.
지난 밤, 밤하늘을 보다 잠들었다.
쏟아질 듯한 밤하늘의 별들이 나오라고 손짓했다. 밖에서 자기엔 아직 추운 5월이지만, 모래 속에 몸을 묻고 담요 하나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모래를 침대 삼고, 별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청했다.
드디어 사막이다. 꿈에 그리던 사하라에 왔다.
아침 해가 뜬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사하라의 땅은 뜨거워져가고 있다. 어서 사막을 벗어나야 한다. 낮에는 너무 더워 잠시 피신했다 저녁 시간에나 돌아오는 게 좋다.
낙타 택시를 불러 세웠다.
손님을 태우려 줄을 서 앉아있는 낙타들은 다리 곳곳에 굳은살이 박혀있다. 앉았다 일어났다, 손님을 태우려고 무릎을 꿇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탓이다.
초 자연친화적인 이 택시(?)의 승차감은 세계 최악이다.

일반 택시는 물론, 필리핀의 트라이시클(오토바이 뒤에 보조좌석을 설치해 손님을 태우는 이동수단)이나 코끼리, 말과 같은 다른 동물과 비교해도 승차감은 떨어진다.
곧 내 엉덩이에도 낙타 다리의 굳은살이 옮겨 붙을 것만 같다.
하지만 사막에선 이만한 이동수단이 없다. 뜨거운 햇볕 속에서도 푹푹 들어가는 모래 위를 위풍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바로 낙타인 탓이다.
낙타는 등에 있는 혹에 지방을 저장해뒀다가 물과 먹이가 부족할 때 꺼내 쓸 수 있기 때문에 사막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낙타의 원활한 배변활동 덕분에 붉은 사막의 모래 위에는 낙타 똥이 밭을 이룬다. 낙타 똥을 피해 걸어다니기가 쉬운 일이 아닐 정도다.
사실 사막에서 1박 2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불편한 것 투성이다. 어떤 이들은 핸드폰도 없고, 인터넷도 되지 않는 이 곳에서의 생활을 세상과 단절됐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모래를 깔고 하늘을 덮고 누웠을 때, 그 어떤 것도 자연과 나, 세상과 나 사이를 방해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도시에서 하늘과 땅, 빌딩과 자동차, 그리고 사람이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라면 사막에서는 나조차도 자연의 일부인 느낌이랄까.
하늘을 보며 모래에 누웠을 때, 앞으로의 생활을, 계획을 정리해보고자 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다. 그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 머릿속까지도 진공상태가 된 듯했다. 생각까지도 자연에 지배당한 듯했다. 그 힘에 매료됐다.

그래서 하루 더 머물기로 결정했다. 식당에서 만난 베르베르인의 말도 한몫했다.
“관광객이 많아져서 기쁘다. 하지만 그들은 사막에서 화장실을 사용하고 싶어하고, 샤워도 하고 싶어한다. 심지어는 난방ㆍ냉방까지 바란다. 하룻밤 와서 자고 가면서 그런 걸 원한다. 그건 진짜 사막생활이 아니다. 나는 관광객들이 최소 2박, 3박 해봤으면 한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진짜 사막의 상태로 말이다.”
오늘 밤에도 사막에 사는 베르베르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별을 마주하고, 온 몸으로 자연의 힘을 느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