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日本 ⑤] 일본은 선진국인가, 야만국인가 - 2 : 정약용 '일본론' 반면교사
[책으로 보는 日本 ⑤] 일본은 선진국인가, 야만국인가 - 2 : 정약용 '일본론' 반면교사
  • 이수진 교수
  • 승인 2018.07.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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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이수진 교수]

멀고도 가까운 나라. 부산에서는 제주도 보다 대마도가 가까운 일본. 가까운 나라이면서도 일본대사관 건너편 단정한 한복을 입은 무표정한 얼굴의 단발머리 소녀를 두고 얼굴을 붉히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 일본에 대해 이수진 교수의 ‘책으로 보는 일본’을 꾸려봤다 <편집자 주>

다산 정약용 선생은 「일본론(日本論)」에서 일본에 대해서 걱정할 것이 없음을 논했다.

그 가운데에서 “...대체로 오랑캐를 방어하기가 어려운 것은 문물이 없기 때문이다. 문물이 없으면, 예의염치로 사나운 마음 분별함을 부끄러워 할 수 없고, 원대한 계책으로 무턱대고 뺏으려는 욕심을 중지시킬 수 없다. 그리하여 표범이나 승냥이나 이리 같은 사나운 짐승처럼 성나면 물어뜯고 탐나면 먹어치우게 되니, 어떻게 옳고 그름을 헤아릴 수가 있겠는가...(중략)...지금은 우리나라의 주현(州縣)이 일본과 싸우지 않은 지가 이미 2백여 년이나 되었고, 중국도 서로 물건을 사고 파는 배들의 왕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진실로 예의와 문물이 그들의 천박하고 탐욕스러운 풍속을 대폭 혁신시키지 않았다면, 어떻게 수천 년 동안 고칠 수 없었던 것을 이렇게 하루아침에 거부 반응도 없이 고치게 할 수 있었겠는가”(『茶山文選』(p.224~5))라는 부분을 깊이 생각해 보았다.

과연 그런가? 일본이 예의와 문물을 받아들여 군자의 나라가 되었는가? 예의와 문물을 통해 쌓은 지식과 지혜 본래의 의미를 왜곡하여 일본이 아시아 최고이며, 따라서 조선과 중국은 악우(惡友)라고 지칭하였는가? 일본이 아시아의 일원임이 수치스러워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외치며 제국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고 수많은 불행을 초래했으며 아시아 각국을 식민화하고 자원과 노동력을 침탈 또는 동원하여 얼마나 많은 목숨을 앗아갔는가?

과연 일본이 예의와 염치를 아는 국가인가? 일본인은 문물을 통해 소위 근대인으로 개화했지만 그것은 겉모습만의 근대화였을 뿐, 정작 속은 중세 전국시대의 호전적이고 야만적인 심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과연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화 한 것이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조선을 보호하고자 함이었던가? 과연 일제 36년 동안 일본은 조선에게 좋은 일‘도’ 했는가? 철도를 깔아준 것이? 그것은 중국 침략을 위한 것이 아니었던가? 이렇듯 일본이 한반도 옆에 있어 한반도와 한국인들이 무슨 혜택을 보았다는 것인가?

다산 선생은 오랑캐가 예의와 문물을 받아들이면 정말로 문명개화하여 심성 곱고 예절바른 문명인이 될 것이라고 여겼던 것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다산 선생의 판단 착오이다. 다산 선생의 탁월한 식견으로도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서만큼은 잘못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점은 현대 일본을 살펴보아도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해방 이후 다시 경제ㆍ군사대국이 된 일본은 한반도와 한국인에 대해 후쿠다 유키치가 지녔던 정한론(征韓論)의 시각에서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라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재조차 부정하며, 한국의 경제력을 폄하하고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공공연히 떠들어 댄다.

아시아 각국에서 기치를 높이고 있는 한류를 오직 일본에서만 혐한류라 하며 깎아 내린다. 다시 극우경화로 돌아선 일본은, 과거 역사를 자학사관이라 부르며 강한 일본의 모습만을 후손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큰소리치며 역사 교과서를 보란 듯이 왜곡하고 있다.
 
일본은 한반도를 36년간이나 식민지배 했었고, 한반도에서 온갖 악행을 저질렀으며, 한국전쟁과 남북분단의 직접 원인이었고, 지금은 다시 극우경화의 기치를 높이 들고 한국과 중국과의 영토분쟁에서부터 교과서 왜곡문제, 자위대의 보통 군대로의 격상 문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나 과거사에 대한 정기적 망언에 이르기까지, 내가 한반도에 태어나 지금껏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한반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았던 적이 없다.

늘 한반도와 한국인들을 먼저 도발하고, 결코 과거를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으며, 경제력을 기반으로 또 한 번 아시아에서의 패권을 노리고 있는 일본과 일본의 우익들을 볼 때마다, 나는 일본에 관한 한 정약용 선생의 도덕적 이상론보다 신숙주의 현실적 대비론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년~1836년). ⓒ인터넷 커뮤니티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년~1836년). ⓒ인터넷 커뮤니티

신숙주는 “왜(倭)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되, 우호친선을 끊지 말라”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현재 한국인들 중 이 말을 깊이 새기고 이성적, 분석적으로 일본과 맞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일본에 대해 학문적으로 공부는 하고 있는 것인가? 저들이 독도를 일본 땅이라 할 때 저들에게 들이 밀 우리만의 철저한 논리와 증거는 있는가? 늘 감정적으로만 ‘욱’ 하고 말지는 않았던가?

아울러 정약용과 같은 실학자였던 이덕무도 달랐다. 이덕무는 「비왜론(非倭論)」이란 글에서 “일본은 교활하고 사나운 우리나라의 이웃인데 아란타(네델란드)인들과 교역을 하면서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형국이 됐다...(중략)...천하의 사변은 무궁하고 환란은 가볍게 여기고 소홀 한 데서 생기는 것이다”고 말하가도 했다.(『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다산북스, 2016년 참고))

정약용과 신숙주의 말을 정리하자면, 일본은 한국인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항상 먼저 도발하고 망언을 내뱉는 것이다. 잠시 소란스럽다가 이내 가라안고 말 것임을 알고 있기에 터무니없는 망언들을 쏟아내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앞으로도 결코 한반도와 한국인에게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힘의 논리가 도덕을 이긴다는 것을 제국주의 시절에 경험했고, 그 우쭐했었던 기억만으로도 그들은 또 다시 우리에게 칼을 들이 댈 것이다.
 
한국인은 일본 우익의 한반도와 한국인에 대한 멸시와 파괴적 시각이 식민지 시대 이래로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다. 일본이라는 국가는 칼로 세워졌고 칼로 유지되었으며 이러한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언제든 우리가 빈틈을 보이고 분열될 때, 일본은 한반도로 향할 것이다. 그러므로 신숙주의 유언은 우리가 일본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그만큼 그들의 핵심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서도 그 속마음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값진 충고로 한국인 모두가 깊이 새겨두어야 한다.
 
일본이 과연 오랑캐에서 예의와 문물을 받아들인 뒤 진정한 문명대국이 되었는가? 다산 선생은 조선이 예의와 염치를 알고 학문과 도덕을 숭상하는 군자의 나라임을 자부하며 일본도 그렇게 되었다고 확신했던 것일까? 아마 다산 선생의 희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일본에게 시달려 온 한반도로써는 일본이 조선처럼 예의범절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몸에 익혀 진정 군자국이 되기를 바랐을지도...

그러나 한 번 늑대는 아무리 길들이려고 해도 결코 늑대의 습성을 버리지 않고 버릴 수도 없다. 한 번 제국주의의 길을 걸었고 아시아를 지배했던 일본은 그 마음속에 제국주의의 심성을 깊숙이 숨겨두고 있을 뿐이다.

현재 일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진짜 생각을 파헤치고 싶다. 겉으로 드러난 나긋나긋한 행동 뒤에 숨기고 있을 음험한 잔인성을 폭로하고 싶다. 돈과 기술력, 매력적인 문화로 무장한 그 등 뒤에 날카로운 칼자루를 쥔 손이 숨겨져 있음을 널리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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